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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도상을 이해하는 배경지식

최종 수정일: 2022년 8월 7일

우리 학회는 현대 타로의 고전인 '웨이트 덱'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1909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오래된 덱인 까닭에 초보자 분들이 어떤 타로를 사야 하냐고 물을 때 권유하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첫 타로 덱을 고를 때 자기 취향에 맞는 다른 덱을 사용하고 싶어서 "웨이트 계열이니까 웨이트 의미로 읽으면 된다"며 합리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생기는 주 원인이지요. 이전의 칼럼에서 의미가 완전히 통하는 '계열'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했는데, 오늘은 상징이 특정한 의미를 발생시키는 구조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카드는 상징으로 의미를 만든다.

과학적으로 타로카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상징(象徵 / Symbol)'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특정한 대상과 닮아서 또는 봤을 때 자연스레 의미가 연상이 되는 그림, 기호, 표시 등을 '상징'이라고 부릅니다. 타로카드는 이러한 상징들을 조립해서 특정한 의미를 뜻하도록 설계되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타로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징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흔하게 알고들 계시는 '키워드'라는 것은 상징을 해독해서 나오는 카드의 넓고 세밀한 의미를 작은 하나의 단어로 축약한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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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타로의 메이저 19번 태양

좀비가 가득한 빌딩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 생존자의 모습과 하늘 저편에 태양이 그러져 있습니다. 누가 봐도 긍정적인 성공을 말하는 카드입니다. 실제로 카드 설명서에 나오는 키워드는 '성공'이나 '희망'과 같은 좋은 의미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카드는 희망과 성공의 카드이기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에 나오는 설명을 보면 "이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서 계획을 세울 시간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들은 그저 말을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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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타로 태양 카드의 모티브인 영화 <시체들의 새벽> 엔딩 장면

이 카드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오마쥬한 것입니다. 헬기를 타고 떠나는 것으로 생존자들은 살아남고 영화는 끝나지만 다음 편인 <시체들의 날>에서 결국 어딘가에 착륙해 다시 모험을 하게 됩니다. 이미 세상은 좀비로 뒤덮였기 때문입니다. 위로 올라가서 태양 카드의 오른쪽 구석을 보시면 태양 아래에 연기가 솟아 오르는, 사방이 좀비로 둘러싸인 건물이 보입니다. 당장의 피난에는 성공했지만 미래까지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입니다. 설명서 읽기가 귀찮아서 키워드만 대충 숙지했다면 이토록 세밀하게 표현된 태양 카드의 이면은 몰랐을 것입니다. 이처럼 작가의 의도나 덱의 주제를 망각하고 상상만으로 해석을 만들거나, 대충 키워드로만 카드를 파악하는 행위는 해석의 질과 깊이를 떨어뜨리는 주범입니다. 카드에서 그림을 지우고 이름과 숫자만 남겨 놓으면 위에서 제가 설명했던 의미들이 그대로 작동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어딘가에는 착륙해야 하는, 로메로 영화에서 오마쥬한 장면'으로 그려진 표시가 없다면 해당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설명에 동의하신다면 우리는 이제 "카드의 의미가 상징으로 인해 만들어진다면 그림이 다른 카드는 서로 같은 의미를 나타낼 수 없다."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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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와이프 타로 덱의 메이저 1번 마법사


초보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카드 상징을 해석해내기 쉽지 않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한때 유행했던 <하우스와이프 타로 덱>입니다. 그중에서도 1번 마법사 카드인데요. 웨이트 덱의 마법사 카드에 있는 완드, 컵, 소드, 펜타클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제가 아예 다른 카드라도 보통은 상징물을 그려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카드는 아닙니다. 그림이 달라졌으니 의미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세탁기라는 훌륭한 상징으로 인해 웨이트 덱과 유사한 의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비주의와 가정주부,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덱이지만 어떤 상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의미로 설계를 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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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발명품, 세탁기.


금이야 모든 가정에 세탁기 하나쯤 다 가지고 있고, 빨래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하우스와이프 타로 덱의 배경인 1950년 당시에는 전기로 작동하면서 탈수까지 해주는 세탁기가 혁명적인 물건이었습니다. 세탁기의 발명 이전에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빨래였을 정도로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전기로 작동하는 세탁기의 발명 이후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줄어들었고, 사회 참여도가 늘었다는 학계의 분석까지 있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서 보면 1950년대의 주부에게 세탁기는 마치 만능 마법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웨이트 덱의 마법도구 상징물을 제거해도 테마에 어울리는 상징을 이용해서 마법사의 상징물을 대체하여 비슷한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완전히 같은 의미를 가진 카드는 아닙니다.) 이처럼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과 주제에 입각한 해석은 카드의 그림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길잡이가 됩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보면 오류가 생기고 이는 리딩을 틀리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로카드는 주제의 시대, 지역, 문화에 따라서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동양 주제의 타로가 아닌데 주역과 연결하는 등의 시도가 무의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양을 주제로 하는 타로를 동양의 철학에 끼워맞추는 시도가 성공하기 힘든 까닭입니다. 상술했듯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작가의 의도와 주제에 맞는 배경지식에 입각해야만 합니다. 남들이 쓰지 않는 생소한 덱을 쓰게 되면 이처럼 스스로 주제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고 하나하나 카드를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시간은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요. 우리 은자학회에 계신 분들은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이미지 리딩이나 키워드, -계열 합리화와 같은 유혹에 빠지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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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mbie Tarot>


고등학생 시절 밤마다 좀비영화를 보고 잠든 탓에 모르는 영화가 없는 저로서는 좀비타로의 메이저 카드를 보자마자 각각 어떤 영화의 대표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는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카드 두 장만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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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마법사 카드는 영화 <좀비오>(해외제목-리애니메이터)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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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행드맨은 <아이 엠 오메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시다시피 타로카드의 연출을 위해 수정한 부분을 제외하면 영화 포스터와 거의 일치하는 이미지들이 많습니다.(물론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저는 다 찾았습니다.) 조금만 덕질을 해본 분이라면 쉽게 카드 의미를 알아챌 수 있지요. 현대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타로가 나오기 때문에 국내 쇼핑몰에 없더라도 영어 번역기로 해외 검색을 시도하면 다양한 타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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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팬들에게 추천하는 TV시리즈 타로

자기가 좋아하고 열심히 파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를 주제로 제작된 타로카드를 공부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림만 보고도 카드의 테마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공부도 쉬워지고 실제로 리딩에 적용할 카드 의미가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림 예쁘다고 무작정 구입하지 마세요.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타로카드는 덱마다 각각 의미가 달라서 따로 공부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인터넷에 '웨이트 계열'이니 하는 이야기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제가 이 칼럼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자신이 평소에 덕질하던 분야라서 파악이 쉬운 카드를 사라는 것이지 그림이 예쁜 것을 사라는 말이 아닙니다. 절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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