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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향과 역방향, 무엇이 맞을까?

초보자 질문의 단골 소재역방향 개념은 오랜 논쟁거리입니다. 특정한 덱을 역방향으로 봐도 되는지, 역방향을 꼭 써야 하는지 등이 타로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주 올라옵니다. 오픈톡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아서 밴드에 칼럼으로 올리겠다 답했습니다. 사실 초보자 입장에서는 강사마다 역방향 사용 여부도 다르고 유튜브에 나오는 내용도 제각각이라 기준을 잡기가 힘듭니다. 리딩 역량이 부족할 때에는 카드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기 힘들어서 역방향 사용은 마치 해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역방향 사용의 시작


최초의 타로 리더로 불리우는 에띨라.


에띨라(Etteilla)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18세기 점술가 장 밥티스트 알리에뜨(Jean-Baptiste Alliette)는 "카드가 뒤집혀 뽑히는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에띨라는 타로카드를 점술로 사용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출판해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점술가였기 때문에 그의 방식은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역방향 사용이 역사가 깊은 정통 사용법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에띨라는 후대의 연구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엘리트 식자층이 아니라 상인 출신인 까닭에 신비학을 비롯해서 여러 학문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이론적인 오류가 많았고, 타로카드 황금기연구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에띨라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그의 한계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후에 출판된 대부분의 타로 관련 서적에는 대부분 역방향 키워드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에띨라의 이론이 합리적이어서 작가가 역방향을 의도하고 서술한 것 같지만, 역방향 사용을 강제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대부터 대중들에게 유행을 타서 사람들이 좋아하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역방향 키워드를 제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역방향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역방향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방식이든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서 판매량을 높이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18-19세기에는 카드를 섞을 때 힌두 셔플이 아니라 화투를 섞듯이 테이블에서 마구잡이로 섞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카드가 뒤집히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뒤집혀 나온 카드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을 것입니다.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카드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에띨라의 역방향 방식을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 역방향은 정말 쉬운가?


타로의 추상적인 의미 때문에 초보자들은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초보자들이 역방향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긍정/부정 판단이 쉽다는 점입니다. 실제 리딩이라고 가정하고 역방향 카드가 나왔을 때 의미를 정방향과 다르게 부정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확실한데 '어떤 형태로' 부정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웨이트 덱 해설서인 <타로의 그림열쇠>에도 역방향 키워드가 나오지만 확고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예 역방향 의미가 누락되었거나 의미가 변하지 않는 카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배열에 역방향 카드가 등장했을 때 이것이 약화인지, 지연인지, 취소인지 등등 역방향만 가지고 판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배열에 나온 다른 카드와 함께 보면 되지 않냐?"고 되묻는 분이 계실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석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역방향을 쓰지 않아도 긍정과 부정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역방향의 의미를 정하는 기준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창조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정석이라고 할 규칙이 없습니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요. 그래서 저는 역방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 기준을 확실하게 세우면 사용이 가능한 까닭에 다른 사람에게 역방향을 쓰지 말라고 참견하지도 않습니다. 3. 정방향만 봐도 괜찮은가?


거꾸로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에띨라 덱처럼 처음부터 카드 명칭이 양방향으로 써있는 역방향 전용 카드제외하면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혹자는 카드 뒷면 무늬가 정/역 모두 똑같으면 역방향을 사용하는 덱이라고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여러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한 전략이지 역방향을 강제하는 덱이 아닙니다. 작가가 별도로 역방향을 반드시 사용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면 역방향 키워드가 있더라도 정방향으로 봤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타로의 의미는 상징에서 오는데 거꾸로 놓으면 또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특수한 형태의 덱이 아니라면 역방향이라고 별다른 의미가 나온다는 추론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긍정/부정을 역방향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면 배열 해석으로 긍/부정을 판단하는 실력이 쌓이지 않는 까닭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역방향 사용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어떤 방법이 정석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띨라의 주장에 신빙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긍정/부정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말은 역방향을 사용해도 카드 해석이 어렵다는 뜻이고, 이는 배열을 해석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별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카드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도록 정방향 해석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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