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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덱을 '웨이트 덱' 키워드로 읽어도 될까?

최종 수정일: 2022년 8월 7일

처음 타로에 입문하는 분들은 첫 덱을 웨이트 덱 계열로 고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뛰어난 상징 사용과 치밀한 설계로 완성도가 높은 웨이트 덱을 초보자가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타로카드로 입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석을 먼저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가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0년도 넘은 덱이기 때문에 그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그에 대한 반동일까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웨이트랑 똑같이 해석 가능한 덱이에요."라며 추천되는 예쁜 그림의 덱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소위 '웨이트 계열'이라는 그룹으로 묶어져서 소개되며, "이거 웨이트 계열인가요?"라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합니다. 그림은 취향에 맞게 세련되지만 사용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이 웨이트 덱 의미대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좋은 절충안처럼 보입니다. 초보자가 아니더라도 현업자들은 현장에서 취미로 타로를 배운 손님이나 동료가 쓸데없는 간섭을 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웨이트 덱이 아닌 다른 카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워낙 흔하게 권해지는 덱이기에 생기는 현상이지요. 과연 무엇이 '웨이트 계열'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특별히 정해진 기준을 보기 힘듭니다. 그림이 비슷하다거나 카드의 명칭이 똑같다는 정도의 '썰'만 보일 뿐 특별한 근거를 찾기는 힘듭니다. 그나마 이론적인 설명으로 눈에 띄는 것은 8번과 11번 등 카드의 순서가 웨이트 덱과 같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흔히들 웨이트 계열이라고 불리우는 <마법삼림>, <문 가든>, <화이트 캣> 따위의 카드들을 살펴보면 웨이트 덱과 비슷하게 그려진 카드가 여럿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웨이트 덱과 가장 비슷한 화이트 캣의 10s와 웨이트 덱의 10s입니다. 웨이트 덱에서는 사람이 죽어있는데 고양이는 벌써 도망가는 중이지요. 이러면 당연히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에 할당되는 의미는 상징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러면 같은 의미를 출력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상징하는 의미부터가 다르고, 비슷하게 그려진 카드가 몇 있다고 해도 모든 도상이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결과값을 출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웨이트 계열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원본 라이더-웨이트 덱과 그림이 똑같은 카드 뿐입니다. 소소한 색감 필터를 입힌 정도는 괜찮지만 그림을 자의적으로 변경한다면 웨이트 덱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웨이트 덱을 재해석했다는 애프터 타로나 뉴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드에 이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카드일 뿐 웨이트 덱의 해석과는 무관하다고 봐도 좋기 때문에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강사는 타로카드의 설계구조가 같다면 똑같이 읽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구조가 같아도 그것을 표현해내는 상징이 달라지면 의미도 다르게 출력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계열' 카드라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근거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이 서로 다른 모든 카드는 메뉴얼을 중심으로 새롭게 공부를 해야 하고, 작가가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여 덱의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사용되는 계열이라는 낭설은 그림 취향에 따라 타로를 고르려는 욕망과 카드를 판매하려는 상술이 만나 탄생한 합리화입니다. 스스로를 속여서 안되는 것을 된다고 우기는 리더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합니다. - 클래식과 모던 타로를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마르세유 덱과 웨이트 덱의 차이점을 절충한 덱도 있을 뿐더러, 두 덱의 차이점만으로 '계열'이라는 개념을 만들기보다는 덱마다 다른 특성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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